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대성전 그랜드 리거 오르간
Beomeo Cathedral, Daegu Archdiocese Grand Rieger Organ
1. 로고 Logo 하늘로 치솟는 오르간 케이스를 형상화하였다
Organ facades & Console, Photo by Kyung-Jin LEE
Logo designed by Jun-Seok Antony Park
3. 오르간 제작 Rieger orgelbau
주교좌 범어대성당 대성전에 설치된 오르간은 오스트리아 리거(Rieger)사의 작품으로 2013년 6월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하여 구상, 제작, 설치 및 정음작업을 마치는데 총 4년 5개월이 소요되었다.
당초 설계 도면에 그려진 대성전은 폭이 넓고 길이도 만만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16 미터에 이르는 천정 높이로 짐작컨대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대성당들과 비교해도 조금의 손색이 없는 큰 공간이었다. 소담한 오르간 소리로 이 공간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럽의 대형 오르간 전문 제작사들에게 저마다 이 공간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제시하라고 의뢰하였다.
그 중에서 가톨릭 전례음악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독일 레겐스부르그 대성당, 그리고 서울 롯데 콘서트 홀과 같은 세계 유수의 대형 콘서트 홀에 오르간을 설치한 경험이 있는 오스트리아 리거 오르간 제작사의 프로젝트가 대성전 오르간 모델로 선정되었다.
4. 대성전 내부 공간과 마감재, 음향 Interior & Finishing Materials, Sound
‘소리의 아름다움’이란 사실 오르간 이전에 이미 건축 공간에서 빚어진다. 건물이 어떤 비율로, 어떤 구조로 세워지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에는 어떤 자재로 마감하는지가 관건이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예측할 수도 있고, 수치화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어떤 공간이 지닌 ‘소리의 아름다움’이란 마치 하느님이 내려 주신 선물처럼 귀한 것이라 하겠다. 이는 울림이 많고 적음의 문제를 넘어선 것이다.
대성전이 담고 있는 소리는 따뜻하고, 온화하며, 그러면서도 선명하다. 그래서 마치 손 안에 소리를 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치지 않으며, 유쾌하게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이로서 여기 설치된 오르간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소 무른 석재인 라임 스톤과 중량감 있는 규소가 많이 함유된 자재로 천정을 마감한 것이 이렇게 좋은 소리를 빚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Reverberation per Frequency, Data by SOUNDKOREA ENG(2020)
5. 오르간 배치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The 2nd Vatican Council & Organ Positions
지난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 전례는 제대를 중심으로 모든 신자와 성가대가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노래하고, 함께 참여하는 모양새를 지니게 되었다. 말씀은 제대 쪽에서 신자들을 향해 선포되어야 하기에 성가대는 제대 근처에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따라서 이를 반주하는 오르간은 자연히 그 곁에 머물러야 하며, 더욱이 모든 신자들이 함께 노래하기 위해서 성전 구석구석까지 오르간 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
Positions of Organs & Choir Stalls
주교좌 범어대성당 대성전의 배치는 이러한 전례적인 의도를 강조하였던 바, 리거 오르간 제작사는 바로 이 점에 충실한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즉, 메인 오르간 케이스를 제대 근처 성가대석 옆에 두고 전체 신자가 노래할 때 소리가 메아리 쳐 늦어지는 현상을 보완할 목적으로 출입구 상부에 작은 보조 오르간을 매단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일종의 서라운드 시스템인 셈이다. 이는 독일 에센 대성당 오르간의 콘셉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모든 신자들이 다 같이 노래할 때 효과적이다. 게다가 성가대와의 앙상블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약 8미터 높이의 플랫폼 위에 오르간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로서 성가대와 오르간은 각각 독립된 공간을 누리면서 동시에 서로 가까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즉, 대성전 오르간은 전례에 충실한 악기이다. 이는 성가대와 신자들의 노래를 반주하기에 좋다는 의미이며, 또 미사 중 환호나 참회 등 극적인 순간에 소리의 대비를 통해 그 신학적 의미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그 소리가 지닌 아름다움이 “교회 의식에 놀라운 광채를 더하고, 정신을 하느님 및 천상에로 힘차게 들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Aux Organs, Photo by Kyung-Jin LEE
대성전 출입문 상부의 보조 오르간 Aux Organ1 (2017), Photo by Kyung-Jin LEE
4 Organ Cases in the Nave, Photo by Kyung-Jin LEE
6. 미적 양식과 가톨릭 전례 Aesthetic Style & Liturgy
음악적인 면에서 대성전의 그랜드 리거 오르간은 19세기 프랑스 심포닉 오르간 스타일을 바탕으로 바로크와 고전시대 레퍼토리를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난 세기 오르간 제작의 추세가 ‘바로크 오르간 양식에 19세기 요소를 더하는 일명 ‘네오 바로크 양식’의 경향이었다면, 대성전 그랜드 리거 오르간은 19세기 오르간 스타일을 바탕으로 해서 바로크적 요소를 살린 악기라 하겠다.
제대 좌우로 바로크 스타일의 오르간과 낭만 오르간이 자리잡고 있으며 대성전 출입문 위로 보조 오르간 두 개, 모두 네 개의 오르간이 소리 사각지대 없이 입체적인 음향을 빚어낸다.
제대 왼편의 오르간은 네덜란드나 북독일 함부르크 일대의 슈니트거 오르간 사운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단단하고 찬연하여 요한 제바스찬 바흐 등의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기에 좋고, 제대 오른편의 오르간은 낭만과 현대 음악을 연주하기에 적합한 음색을 갖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조 오르간은 지정된 건반 없이 모든 건반에서 즉시 불러올 수 있도록(Floting) 되어있다.
View from the Apse, Photo by Kyung-Jin LEE
7. 오르간 케이스 디자인에 얽힌 이야기 About Organ Cases
파이프 오르간 프로젝트의 실무 총감독을 맡았던 박수원의 증언에 따르면 범어대성당 대성전 오르간 케이스 디자인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가 대성전 오르간 프로젝트에 기술자문으로 합류하면서 대성전 오르간은 더욱 그 모양새를 갖추어 갔다. 2014년 여름 어느 날, 그는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옆 작은 카페에서 리거 오르간 제작사의 벤더린 사장과 더불어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중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선하나를 휙 긋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오르간이 우리 모두의 기도를 담아 이렇게 하늘 위로 치솟는 모양새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그 자리에서 전체적인 밑 그림이 나왔다. 제대 바로 위로 높은 하늘, 천궁, 광활한 우주를 상징하는 둥근 돔이 열려 있고, 그 아래에는 제대가 놓여있다. 말하자면 하늘과 땅에 빗댈 수 있는 돔과 제대가 성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는 중재자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매달려 있다. 그 양편으로 오르간 케이스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고, 스테인드글라스는 밤 하늘에 빛나는 별빛을 담아낸다. 신자들의 찬미 노래가 오르간 소리에 실려서 광풍처럼 십자가로 몰아치는 형상이 빚어진 것이다.』
Ascending design of Organ Cases I & II, Photo by Kyung-Jin LEE
View from Nave toward the Apse, Photo by Kyung-Jin LEE
8. 플랫폼 디자인과 오르간 케이스 표면 디자인 Platform Design & The Surface of Wooden Case
사방에 펼쳐진 오르간을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현악기 모습 마냥 우아한 커브를 그리게 되는데, 이 위로 세워진 케이스 겉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여름 호젓한 한옥 대청마루에 늘어뜨린 발처럼 도합 천개가 넘는 나무 조각들이 군데군데 뚫린 채로 서로 얽혀 있다. 이 오르간에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바깥에서 보면 닫힌 공간 같지만 자세히 보면 표면적의 반 이상이 활짝 열려 있다. 나무 색깔도 대성전 내벽의 돌 색과 맞추어서 마치 오르간이 성당 벽면에 녹아 스며든 것처럼 보이며 그 완만한 곡선은 한복 소맷자락과 같이 곱게 공간을 가른다.
Stone color
Gently Curved Platform with Coffered Ceiling
Gently Curved Platform with Coffered Ceiling
Harmony of Curved Lines around Lantern Tower, Photo by Kyung-Jin LEE
Cases in Wooden Shade, Photo by Kyung-Jin LEE
Inside of Organ Case in Wooden Shade
9. 오르간 음색 가짓 수, 파이프 Stops & Pipes
대성전의 그랜드 리거 오르간은 79 개의 실제 소리나는 음색을 갖추고 있다. 세종 문화회관 다음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이동식 연주대에서 손 건반 4단 (각61건)과 페달 건반 (32건)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연주가 가능하다. 대성전 오르간의 파이프는 6천여 개에 달하는데 그 크기로 따지자면 가느다란 연필 만한 것부터 큰 것은 어른 몸통 굵기로 10여 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19세기 프랑스 심포닉 오르간 양식에 따라 바람 압력을 높게 해서, 지름이 크고 길이가 긴, 이른바 ‘큰 치수 파이프’로 만들어져 있다. 이로서 마치 질 좋은 오케스트라의 현파트가 내는 소리처럼 유려하고 둥근 바탕음을 풍부하게 내게 되며, 또 큰 소리를 낼 때에는 마치 트럼펫이나 트럼본 같은 금관악기가 으르렁 대듯이 강렬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 명이 노래하건, 아니면 이천명이 노래하건 간에거기 맞추어 반주할 수 있고, 알렐루야나 아멘의 환호를 노래할 때에는 천지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한긴장감을 자아낼 수도 있다. 반대로 영성체 후 묵상 때에는 속삭이듯 여린 소리를 신비롭게 낼 수도 있다
Flue pipes in Grand Choeur, Photo by Kyung-Jin LEE
Trompette Pipes in Grand d’Orgue, Photo by Kyung-Jin LEE
10. 전자식 액션과 오르간 연주대 Action & Console
각각의 파이프들은 전자식 액션으로 오르간 연주대에 연결되는데, 이렇게 전자식 액션을 취하게 된 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오르간 연주대가 수 십 미터씩 떨어져서 네 군데로 흩어져 있는 까닭에 이 모든 파이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전자식 액션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둘째, 전통적인 기계식 액션은 온도나 습도 변화에 민감한 탓에, 한국 기후와 악기 규모를 동시에 생각할 때, 전자식 액션이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셋째, 리거 제작사는 오르간 제작분야의 디지털 기술과 관련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었다. 따라서 제작사가 가장 우위에 있는 기술을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넷째, 전통적인 기계식 액션에서는 연주대가 악기 본체에 붙박이로 고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전자식 액션의 경우 연주대를 이동식으로 하여, 전례 및 연주회 때에 다양한 위치에서 수월하게 오르간을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시스템은 연주대 안에 고성능의 컴퓨터가 작동하고 있어서 오르가니스트가 원하는 음색 조합을 수 천개 입력할 수도 있다. 또 실제 연주를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저장 재생할 수 있어 과거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새로운 쓰임새를 누릴 수도 있다. 즉, 본인이 연주한 것을 재생해 직접 들으면서 성전 구석구석에서 이것이 어떻게 들리는지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연주대는 손건반 4단, 그리고 페달 건반으로 되어있다. 연주대의 디자인 자체는 무척 전통적이다.
Organ Console
11. 정음사, 디자이너, 설치팀 Voicers, Designer, Engineers
리거사 대표, 오르간 빌더(CEO, Organ Builder): |
Mr. Wenderlin Eberle |
오르간 콘셉(Basic Concept): |
Dr. Antony Melck |
파이프 치수 및 기본 사운드 콘셉(Head Harmonist): |
Mr. Michel Garnier |
정음사(Voicer): |
Mr. Christian Metzler |
정음보조(Assistant Voicer): |
Mr. Martin Behringer |
케이스 디자인(Designer): |
Mr. Daniel Belotto |
설치(Installation): |
Mr. Timo Allgauer /
Mr.Kaspar Vonbank /
Mr. Anton Flatz /
Mr. Gwennin L’Haridon /
Miss Anna Nesensohn |
Advisor Mr. Olivier Latry & CEO of Rieger Orgelbau Mr. Wendelin Eberle
Voicer Mr. Christian Metzler
12. 기술자문, 명예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Advisor, Organist Émérite Mr. Olivier Latry
프랑스가 자랑하는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는 현재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임 오르가니스트이며,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교수로 재임 중이다. 2000년도 프랑스 학사원-아카데미 드 보자르로부터 델 뒤카 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9년도 미국 오르가니스트 협회 ‘올해 최고의 연주자’로 선정되었고, 영국 노스앤미들랜드 음악원과 맥길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이치 그라마폰, 워너클래식, 나이브 등의 음반 레이블과 세자르 프랑크, 메시앙, 생상 등의 오르간 곡을 녹음한 것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공연장에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정명훈 등과 협연, 르네상스 시대에서 현대를 넘나드는 레퍼토리와 탁월한 즉흥연주로 전 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주교좌 범어대성당 오르간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오르간 사양 개선, 기술 분야에 관여하였으며 특히 정음(正音) 작업을 위해 네 차례 이상 대성전을 방문하는 등 오르간을 성공적으로 설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는 이러한 업적을 인정하여 주교좌 범어대성당의 명예 오르가니스트로 임명하였다.
13. 기증자 Donor
이종명 크리스토폴 형제(2017년 11월 현재 욱수본당 총회장)는 언젠가 제2대리구 총회장 모임에서 ‘주교좌 범어대성당 오르간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후, ‘이렇게 기회가 주어질 때 오르간을 기증하자’는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이는 ‘재물은 나의 것이 아니고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는 것,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드리자’라는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부인 정한주 오틸리아는 대구본당(현 계산본당) 초대주임인 김보록 로베르 신부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등 그의 사목을 도왔던 인교동 정규옥(바오로) 회장의 후손으로서 고조부가 대구 가톨릭교회를 섬겼듯이 남편의 뜻에 따라 이에 동참하였다. 이렇듯 이 악기는 그 뿌리가 대구 가톨릭교회의 역사에 깊이 닿아 있으며 단초가 크리스토폴과 오틸리아 부부의 기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기에 그 소중한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한다.
14. 평가 Riview
이탈리아 출신 바로크 음악의 대가 로렌조 기엘미는 “투명한 잔향속에서 듣는 이를 감싸주는 오르간”이라 극찬하였고, 아울러 이 프로젝트의 기술 자문을 맡은 올리비에 라트리 역시 “세계적인 수준의 아름다운 악기, 아시아 제일의 유려하고 개성적인 오르간”이라 그 소감을 밝힌 바 있다.
15. 축복식과 준공 연주 Benediction & Inaugural Concert
2017년 11월 17일 오후 7시30,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의 주례로 오르간 축복식이 거행되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요한 보스코 보좌 주교가 전례 예식서를 감수하였으며, 당시 교구 전례 담당 최창덕 하비에르 신부가 전례를 감독했다.
당시 본당 주임 사제 장병배 베드로 신부가 100주년 성전 건립 사업의 일관으로 축복식 및 준공 연주를 주관했다. 오르간 프로젝트 관련 실무는 2013년부터 오르가니스트 박수원 하비에르가 담당하였다.축복식에 이어서 명예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의 연주로 준공 연주가 이어졌다.
축복식 순서 및 준공 연주 프로그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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