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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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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위원회
댓글 0건 조회 1,913회 작성일 24-04-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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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교형자매 여러분,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부활은 우리 신앙의 시작이자 마침이며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자 원리입니다. 부활은 삶의 끝이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과 기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그리스도인의 축제입니다. 부활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오늘의 축제가 일상의 매 순간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사순 기간 동안 우리는 단식과 절제의 시간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함께 나누고 묵상하며 부활을 기다렸습니다. 우리의 단식과 절제는 개인의 수련이나 완덕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만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표현입니다. 함께 나누고 격려하는 가운데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서로에 대한 희망이자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1테살 4,13-18).


그러므로 부활을 산다는 것은 삶의 애환과 고통을 위로와 희망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그리스도인의 역사적이고 실천적 책무를 또 한번 되새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황 바오로 6세의 사도적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 21항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그리스도인 한 사람, 또는 몇몇 사람이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면서 단순하고 꾸밈없이 현세 가치들을 초월하는 가치들에 대한 믿음과, 보이지 않고 상상할 수도 없는 것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 보입니다.” 이 말씀처럼 세상 속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바삐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 너머에 참된 희망과 기쁨이 있음을 선포하며 살아갑니다. 현실의 근시안적 탐욕과 이기적 욕망에 이끌려 현세에 만족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며 살아가는 삶은 부활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며 세상 속에 희망과 기쁨을 선포하기 위해서 우리는 열려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묻기 전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 모든 이를 위한 이웃이 되어주어야 합니다(루카 10,25-37). 과연 우리는 누구의 이웃이 되어주고 있습니까? 우리 교구는 지난해와 올해, 친교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교는 그리스도인들만의 배타적 삶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나의 이웃, 나의 형제, 나의 자매로 대하는 무한한 사랑의 확장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고 아끼는 친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를 미워하고, 나를 박해하는 사람까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특권이자 존재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마태 5,43-48).


특별히 올해 부활시기 동안 우리는 국민을 대표할 새로운 일꾼들을 선택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 안에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함께 듣고 나누어야 할 것이며, 그리하여 새로운 미래,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는 선택의 시간에 그리스도인은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모든 정략적, 선동적 목소리에 사랑과 용서와 화해의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지치지 않고 삶으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당부하신 것은 세상 모든 이에게 형제애를 선포하고 모든 이들 안에 계신 하느님의 존재를 일깨우는 것이었습니다(마태 28,20). 부활의 기쁨은 세상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함께 나누는 데서 시작합니다.


부활을 살아가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이 바라는 세상은 아름답고 역동적이며 거룩한 형제 공동체입니다. 비록 어둡고 추하고 비루한 것들이 우리 삶의 언저리에 차고 넘치더라도 그리스도인은 부활의 희망과 기쁨 안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의 끈을 꼭 붙들고 살아가야 합니다. 어지러운 세상과 부활의 기쁨이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할 때, 그리스도인은 고뇌해야 합니다. 세상의 일에 고뇌하고 부활의 신앙을 통해 세상 안에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어 나가길 고뇌해야 합니다. 그 고뇌의 시작이 오늘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승리하셨습니다. 용기를 내어 이 세상 곳곳에 부활의 새 생명이, 그 기쁨이 가득하길 오늘 우리의 삶을 봉헌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교형자매 여러분! 부활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합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24년 3월 3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